영화와 시, 연극과 현실, 연령과 성별의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시선과 모호함과 긴장감 사이를 유영하는 시적인 리듬으로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해 온 장률 감독은 올해로 감독 데뷔 20년을 맞이했다. 이에 2014년 <경주>, 2018년<군산>에 이은 도시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인 <후쿠오카>로 뜻밖의 시절에 우리를 안내한다.
후쿠오카는 항구도시의 역사가 흐르는 곳이다. 한국과 가까운 거리로 수많은 재일동포가 살고있는 도시이기도 하다.중국과도 오래 교류한 국제화 도시로 큰도시 규모를 자랑하지만, 동네 혹은 마을의 정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한자를 풀이하면 행복의 언덕(福岡)이라는 뜻을 지닌 후쿠오카, 소담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윤동주 시인은 형무소에서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다.
<후쿠오카>는 서울의 대학가 작은 헌책방에서 시작해 항구 도시 후쿠오카로 향한다. 기존 도시 시리즈와 같은 맥락으로 ‘사랑’이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소재를 역사적 아픔과 모순이 공존하는 도시를배경으로그려낸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등장인물의 행동과 작은 소품 속 ‘기시감’을 녹여내는 등 섬세한 연출은 도시 3 부작 팬덤을 불러일으키는 매력 포인트다.
첫사랑 ‘순이’를 잊지 못한 채 청춘을 허비한 50대남성을 연기는 명품 배우 권해효, 윤제문이 담당하고, 박소담은 두 배우의 불협화음 캐미스토리를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여 극대화 시켰다.
가장 일상적인 소재 속에 경계와 관계에 대한 담론을 꺼내들며 곳곳에 덧붙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서로를 향한 혐오를 멈추고 장률과 함께 경계를 넘나들며 윤동주처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해 보면 어떨까?
8월 27일 개봉. 85분. 장률 감독. 률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