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2010년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덤보>까지 총 8편의 실사영화를 제작한 디즈니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개봉 때마다 흥행을 몰고 다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마블)’과, 3D 애니메이션의 공룡이 되어 버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픽사)’에 비한다면, 국내 관객 백만 명을 넘기기 힘든 ‘실사영화’ 시리즈는 참패에 가깝다.
팀 버튼 감독과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연은 2010년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시작한다. 그의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가 출연한 이 영화는 당시 ‘제8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콜린 앳우드가 의상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 면에서도 북미에서만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콜린 앳우드는 <덤보>에서도 코스튬 디자이너로 작품에 참여했다.
디즈니에게 있어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일종의 자존심과도 같다. ‘픽사’와 ‘마블’을 사들이며 성공적인 제작사로서의 위치는 굳혀가고 있지만, 2D 애니메이션의 전설이 그 자산을 활용하고 싶은 욕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와 ‘상상력의 거장’ 팀 버튼은 최상의 조합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6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평단과 관객의 미지근한 반응을 얻으며 팀 버튼의 신화가 한 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3년 만에 디즈니의 영화를 들고 온 팀 버튼은, 10년 전 발휘했던 시너지를 되찾지 못한 형국이다.
로튼 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에 따르면, 120명의 비평가 중 52%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디언지의 영화 비평가 브래드소는, “영화 초반 덤보가 날아오를 때 뒤뚱거리는 장면에서 괜찮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조차 산만하게 꼬이고, 짜증 나는 결말로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사라졌다”며 악평을 하기도 했다. 북미 시간으로 29일 개봉하는 덤보는, 엇갈리는 평가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날아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