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설 연휴 극장가는 <극한직업>과 <뺑반>의 2차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차기작 제작도 불투명한 <뺑반>에 비해, 역대 관객 2위를 달성한 <극한직업>은 현재 매출에서는 <명량>마저 앞섰기 때문이다.
설 연휴가 지나고 입소문을 타면서 <극한직업>의 기세는 더해갔다. 코미디와 신파로 얼룩진 한국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관객의 불만을 들끓게 했고, 이를 영리하게 파고든 이병헌 감독은 감동과 눈물을 쏙 뺀 ‘순수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냈다. 하는 영화마다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배우 류승룡이 칼을 갈았고, 진선규와 이하늬 등 코미디 영화에 의아한 배우들도 제 몫을 해냈다. 그럼에도 지금의 <극한직업> 열풍은 여전히 의아하다. 2014년, 극장가를 휩쓴 <명량>의 흥행도 시간이 지나자 마치 최면에 깬 듯 관객들은 <명량>의 1,700만 관객 돌파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 시장은 밴드 웨건 효과가 아주 톡톡히 살아있는 기묘한 곳이다. <극한직업> 역시 이러한 한국 영화 문화 특유의 쏠림 현상의 수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남들이 본 영화는 나도 봐야 할 것 같은’ 이 심리는 ‘1,000만’이라는 숫자를 ‘대박’과 일치시키는 일종의 목표 주의와도 관련이 깊다. 1,000만이 넘어서자 영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명량>의 기록을 <극한직업>이 넘어설지 기대하는 관객으로 넘쳐났다.
<명량>의 관객 수는 1,760만 명으로, 현재 1,600만 명을 돌파한 <극한직업>이 넘기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불과 2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증인> 등 다른 영화의 흥행으로 <극한직업>의 인기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1,500만 명 돌파도 무리로 보였던 흥행은 새 역사를 쓰기까지 단 160만 명을 앞두고 있다. 이미 초대박을 기록한 <극한직업>이, 매출에 이어 최다 관객 수를 갈아치우며 ‘올해의 한국영화’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