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개봉당일이자 ‘문화의 날’이던 지난달 27일,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영화가 개봉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자전차왕 엄복동>이 그것이다. 첫째 날 약 10만명(99,754명,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3.1운동 100주년의 기념 영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했던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4일 현재 누적 관객 수 79만 명을 돌파하며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개봉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자전차왕 엄복동>은 혹독한 평가와 함께 15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동원, 이미 동력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순 제작비가 약 10억 원으로 알려진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흥행은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자전차왕 엄복동>과 더불어 영화 제작에 대한 새로운 경종을 울리고 있다. 바로 역사적 인물을 대하는 자세다. 배우 고아성을 비롯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출연진은 각자가 맡은 배역의 실제 주인공에게 친필 편지를 작성해 대중에 공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칫 흥행을 유도하는 ‘이벤트’로 치부될 수 있는 그들의 행동에, 대중은 진심으로 화답했다.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엔 열사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스크린에 그려진 그녀들의 연기 역시 감동을 끌어내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덤덤하고 처절하게, 오히려 기록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연출은 그래서 3.1절을 맞은 관객에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평단과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영화 속 인물에 대한 접근법 또한 달랐다. 늘 ‘일제강점기’ 혹은 ‘민주화 운동’ 시절의 영화에서 차용해온 신파극으로 둘러싼 스토리와 엄복동은 어디 가고 키 185cm의 근육질 비가 태극기가 나부끼는 경기장을 내달릴 때 지켜보는 관객이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만을 전달했다. 사실에 기반해 인물과 사건을 영화의 취지에 맞게 각색해야 할 본분을 잊은 영화는 철저하게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이달 6일 개봉 예정인 <캡틴 마블>의 파도가 작고 큰 한국 영화에 찬물을 끼얹을지, 혹은 풍랑을 일으킬지 다가오는 한 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