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모자무싸' 구교환, 고윤정에게 받은 진짜 파워로 찬란히 날아올랐다.

  • 등록 2026.04.20 09:47:44
크게보기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구교환이 고윤정에게 받은 진짜 파워로 찬란히 날아올랐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연출 차영훈, 극본 박해영, 제작 스튜디오 피닉스·SLL·스튜디오 플로우, 이하 ‘모자무싸’) 2회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처럼 힘차게 비상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밟고 미끄러져 대차게 고꾸라진 황동만(구교환)의 웃픈 민낯을 비추며 서막을 열었다. 결국 황동만은 대단한 혜안인 척 무례하게 훈수를 두는 최필름 대표 최동현(최원영)에게 분노조차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했고, 가짜 깁스로 스스로에게 동정의 요새를 둘렀다.

 

나이 마흔에 ‘8인회’에게 집단 절교, 즉 ‘왕따’도 당했다. 고박필름 대표 고혜진(강말금)이 황동만에게 ‘아지트 출입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 남 잘되는 거에 미쳐 죽고, 남 안 되는 거엔 행복해 죽으며 제어장치가 고장난채 내달리는 황동만의 난장을 오랫동안 벼르던 박경세(오정세)가 결국 폭발했고, 집단 전체가 오염되기 전에 ‘썩은 귤’을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던 곳에서조차 밀려난 황동만의 감정 워치는 또 한 번 붉은빛으로 점멸됐다.

 

딸 결혼식 축가 해줄 연예인을 섭외하라며 자신을 ‘호구’ 취급하는 고모부에게도 황동만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형 황진만(박해준)의 말마따나, 구박하면 쩔쩔매면서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걸 알아서 부리는 억지였지만, 황동만은 영화판에서 20년이나 버텼는데, 아는 연예인 하나 없어 섭외할 능력이 없는 비루한 처지를 제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배알도 없는 놈이라 꾸짖던 황진만도 동생이 토해내는 울분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졌다.

 

더 내려갈 곳도 없는 바닥에서 불안에 휩싸인 황동만을 건져 올린 건 변은아(고윤정)였다. 사실 그녀의 감정 워치도 황동만 못지 않은 ‘빨간불’이었다. 워낙 시나리오 보는 눈이 좋아 날카로운 ‘도끼질’에도 감독들이 줄 서는 것이 못마땅한 최동현이 대놓고 무시하고 구박할 때면, 극도의 스트레스가 육체적 증상으로 발현돼 코피를 쏟았다. 당장이라도 “자폭하고 싶은” 위태로운 심리 신호는 홀로 뚝 떨어진 것 같은 막막함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9살 때의 고립감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의 변은아에게는 그때와 다른 감정이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이들의 나약함을 정면으로 목도하면서, 정말 “싸워 볼만하다”는 느낌이 든 것.

 

이 단단한 각성은 황동만을 향한 연대로 이어졌다. 8인회 멤버 이기리(배명진) 감독과 최효진(박예니) 기획 PD가 황동만을 골칫덩이 무능력자로 취급할 때, 변은아는 “인간이 인간적이지 않은 게 최고의 무능 아니냐”며 황동만을 방어했다. 시나리오 주인공에게 관객이 좋아하는 파워가 없다는 뼈 때리는 그녀의 리뷰에 “파워는 어디서 사냐”고 절실히 되묻는 황동만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이 막 뛸 거다”라는 진짜로 힘이 되는 통찰을 건넸다.

 

각성한 황동만은 자신을 모멸한 최동현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을 전염병 환자 보듯 치우려는 그에게 “빛나는 것들끼리 빛나는 세상 만들어봐라. 하나도 안 빛난다!”고 쏘아붙이며 오만한 기득권의 세계에 통쾌한 균열을 냈다. 오히려 어마어마하게 무가치해지고 쓸모 없어져서, 당신들이 백기를 들 정도로 더더욱 화나게 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다시 한번 모두의 타들어가는 목마름에 쾌감 폭포수를 쏟았다. 신나게 들이받는 황동만을 지켜보던 변은아의 입가에도 처음으로 빛나는 미소가 번졌다.

 

‘허기’진 황동만에게 변은아는 할머니(연운경)의 정성이 담긴 반찬을 선물했다. 그런 그녀의 손목 위로 감정 워치의 초록불이 선명하게 반짝였고, 이를 확인한 황동만 역시 초록빛으로 물든 자신의 감정 워치를 보여주며 화답했다. 이 ‘초록불 크로스’는 지독한 현실 속에서 피어난 가장 무해한 순간이었다. 반찬통을 소중히 들고 환희에 찬 황동만은 지난번의 처참한 실패를 딛고 새처럼 날아올랐다. ‘모자무싸’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안숙정 기자 ad@newsinstar.com
<저작권자(c) 뉴스인스타,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전제,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주)맥가이버팩토리 | 등록번호 : 서울 아04166 | 등록일 : 2016년 9월 27일 | 뉴스인스타 ISSN 2635-9359 발행인 : 윤성환 | 편집인 : 양철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19-9 발행일 : 2016년 10월 10일 | Tel 02-6959-911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철수 copyright 2016 NEWSINSTAR. All rights reserved